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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 Episode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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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2회 작성일 20-08-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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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매크로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먹 다이빙(Muck diving)에서 몇몇 수중생물들은
 모래나 진흙 부유물 속에 있는 먹이들을 얻기 위해
간간이 다이버들이 다이빙 과정에서 핀으로 일으키는 부유물 먼지를 따라오기도 한다.
보통 부유물들은 촬영에 있어 시야를 흐리게 하는 방해요소가 되지만
 가끔씩 일부러 복어들(Pufferfishes)이 따라올 때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게 살짝 일으켜 주곤 한다.
 그럴 때 마다 떠다니는 부유물 속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먹으며 핀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큰 눈망울을 하고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한 번은 자주 가는 다이빙 포인트에서 유독 가까이 오지 않고
 먼발치에서 서성거리는 복어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촬영 때면 늘 몇 마리씩 주변에서 쉽게 보는지라 그냥 무심코 넘겼는데
 다른 복어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있어 궁금해 살펴보니 입에 뭔가를 물고 있다.
 아니 자세히 보니 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이 사이에 끼여 있다.
 금속으로 된 스프링이다. 아마도 먹이로 착각하고 물었다가 끼인 것이 분명했다.
 입을 다물지도 못하니 먹이활동은 당연히 어려워 보였다.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서성되는 모습이 더 측은해 보여
스프링을 제거해주려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아예 멀리 도망가 버렸다.
 그냥 보내고 나니 안타까운 생각에 다이빙을 마치고 나서도 자꾸 생각이 났다.
   

그런데 다음날 같은 포인트에서 다시 그 녀석을 만났다.
이번에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변을 돌아다닌다.
 어제보다는 좀 더 가까이 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어떻게든지 저것을 빼주고 싶어 함께 한 다이버에게 신호를 보내 내가 있는 쪽으로 몰아오게 했다.
 무작정 막으면 나를 피해 다른 쪽으로 도망칠 것이 분명해 일부러 무심한 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자
 녀석이 경계를 늦추고 내 옆으로 지나치는 순간 다행히 놓치지 않고 한 번에 붙잡을 수 있었다.
 
 이 사이에 끼인 스프링은 생각보다 깊게 끼여 있어 꽤 힘을 주고서야 빼낼 수 있었다.
 스프링을 빼내고 난 뒤 풀어주자 훨씬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다.
 어찌되었든 제거해서 다행이다. 이제는 평소처럼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닷가는 특히 각종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져 있는데
신발, 병, 옷가지, 비닐, 타이어, 심지어 포켓볼까지 보이기도 한다.
수중 사진을 하는 다이버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생물들을 만나게 해주는 촬영 요소들을 제공하는 포인트이지만
수중 생물들에게는 그리 안전한 지대는 아니다.
오픈된 공간에서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마땅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수중생물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되기도 한다.
    
다이빙 포인트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나 폐그물의 영향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이버가 상어나 거북, 만타 등 대형 종들이 폐그물이나 낚시 줄에 걸려 돌아다니는 모습들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누구나 안타까워하며 따라가서 제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하지만 따라가기도 쉽지 않으며 설령 가까이 접근했다하더라도 제거해 주는 동안 얌전하게 있을 일도 없다.
대부분 어찌 하지도 못하고 거저 먼발치에서 그냥 걱정만 할 뿐이다.
   
  
수중 생물들은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거나
폐그물이나 어구, 낚시 줄 등에 걸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문제는 낚시 줄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바다 쓰레기의 대부분이 분해되는데 적어도 수백 년 이상은 걸리는 물질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버리는 비닐봉지가 내 다음 몇 세대까지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분해되더라도
거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을 유발시키는 오염물질들이 수중 생물들에게 축적될 것이고
그 생물들을 사람들이 먹게 된다면 그대로 전이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사람이 버린 오염물질은 스스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데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전에
제일 먼저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수중 생물들이다.
     
   
수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수중생물들의 다치거나 상처 난 모습을 보게 될 때이다.
왜 상처를 받았는지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무엇 때문에 생긴 영향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증거가 눈앞에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영향을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심코 한 사소한 행동들이 어떤 일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그 원인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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